자홍색 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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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홍색 족자
구제역으로 생매장된 돼지숫자(332만 마리), 180cm x 5000cm, 2012
2011년말부터 2012년초까지 한국에서 급속도로 번진 구제역 사태은 우리에게 여러 잔혹한 기억을 남겼다. 산 돼지를 생매장하는 살처분 광경이 각종 언론미디어를 통해서 보도되었고, 그 와중에 한쪽에서는 삼겹살 가격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된 방역작업을 하던 공무원이 숨을 거뒀고, 애지중지 키우던 가축들을 하루아침에 도살하라는 당국의 통보에 농장 주인은 깊은 화병을 얻었다. 그리고 생매장된 가축의 피와 기름으로 땅과 물은 얼룩졌다. 많은 일들이 우리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졌다. 이 작품은 아무런 방책없이 인간만 살자고 깊은 구덩이를 파놓고 그 앞에서 그저 돼지들의 숫자를 세는 일만을 반복했던 처참한 생명유린의 광경을 ‘돼지숫자’를 통해 ‘오브제화’ 한 것이다. 팔짱을 끼고 조금 떨어져 구경하면 이것은 ‘분홍색 평면회화’지만, 가까이 접근해서 볼수록 그 안에는 ‘처참함이 반복되는 현실’이 담겨있음을 목도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당시 도살된 가축의 수는 2011년 4월 신문기사에 의하면 돼지의 숫자만 332만 마리가 넘고, 살처분 대상이 된 돼지의 99.7%가 생매장 되었다. 죽은 돼지를 하나씩 번호로 매겨 전체를 인쇄하면 A4용지에 4pt 크기로 5500장(16.3km) 이상이 되며, 이 작품은 폭 180cm, 길이 50m의 천에 인쇄하여 그 일부인 10m만을 전시한 것이다.